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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봉성지점 대부계 왕초보 시절, 감사반장님 백지 강의로 채권관리의 눈을 뜨다

읽는 시간 약 5분

1995년, 봉화농협 봉성지점 대부계를 발령받아 업무를 맡은 지 고작 한 달 정도 되었을 무렵이었다. 당시 나는 대출 업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완벽한 왕초보였다. 지점 창구에 앉아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내고 있는데, 농협 경북본부에서 지점 정기 감사가 내려왔다.

백지 강의

아무것도 모르던 왕초보 시절, 감사 앞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다

업무 파악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감사를 받으니 질문이 들어와도 제대로 대답할 리 만사가 없었다. 감사반장이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나는 멍하니 앉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진땀만 흘렸다.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식은땀이 비처럼 쏟아지는 아찔하고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내 굳어버린 모습을 본 경북본부 감사반장님은 한숨을 쉬더니, 내 책상 위에 어지럽게 쌓여 있던 대출 서류들을 손으로 싹 쓸어 치우시더니 백지 한 장을 꺼내셨다. 그리고는 연필을 들고 백지 위에 그림을 그려가며 채권관리의 전체 흐름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하셨다.

🌱 금융 현장 34년의 통찰

누구나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왕초보에서 시작합니다. 중요한 것은 모를 때 손을 내밀어 백지 위에 길을 그려주던 선배의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 그것을 현장에서 실천으로 증명해 나가는 태도입니다. 1995년 봉성지점의 그 날카로우면서도 자상했던 감사반장님처럼, 누군가의 엉킨 채권 인생에 명확한 나침반을 건네줄 수 있는 전문가로 살아왔기에 제 34년의 세월이 더욱 값지게 빛납니다.

백지 위에 펼쳐진 채권관리의 나침반: 대출부터 경매까지

그 감사반장님이 백지 위에 연필로 적어가며 가르쳐주신 순서는 내 금융 인생의 가장 강력한 나침반이 되었다.

  • 돈을 빌려가는 대출의 기본 원리
  • 돈을 갚지 못할 때 취하는 채권 보전 조치인 가압류와 가처분
  • 재판을 통해 국가로부터 공인받는 채무명의 취득 절차
  • 최종적으로 회수를 위해 진행하는 경매 집행의 순서

당시의 내 머리로는 내용이 너무 생소하고 난해해서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그 백지에 적혔던 핵심 단어들과 전체적인 흐름만큼은 머릿속에 깊게 박혔다. 화를 내고 질책해야 마땅한 감사 현장에서,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 직원에게 연필을 쥐고 실무의 맥을 짚어주셨던 그분은 참으로 고마운 분이었다.

그날의 백지 강의가 만들어낸 34년 금융 현장의 거목

그날 감사반장님에게 호되게(?) 배우며 눈을 뜨게 된 덕분에, 나는 이후 지점에서 채권관리를 본격적으로 제대로 파고들 수 있었다. 부실채권이 발생할 때마다 당황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가압류를 걸고 채무명의를 득해 경매를 집행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그 백지 한 장에서부터 시작된 셈이다.

돌이켜보면 34년 동안 농협에서 수많은 채권의 실타래를 풀고, 벼랑 끝에 선 조합원들과 농민들을 도우며 열일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때 그 감사반장님의 따뜻한 가르침 덕분이었다.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배울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던 그 시절의 기억은, 내 금융 인생에서 가장 따뜻하고 소중한 은혜로 남아 있다.

💡 [작성자 코멘트]

“아무것도 몰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앉아 있던 왕초보 직원에게, 백지를 펼쳐 연필로 채권관리의 맥을 짚어주시던 그 감사반장님의 눈빛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서류를 싹 치우고 가르쳐주셨던 가압류, 채무명의, 경매의 흐름은 제 금융 생활의 든든한 뼈대가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뜻한 가르침과 가르마 타주기가 한 사람의 직장 생활과 인생을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훗날 채권관리의 최전선을 누비며 매 순간 깊이 깨달았습니다.”

핵심 요약

  • 1995년 봉화농협 봉성지점 대부계 부임 한 달 차, 업무를 전혀 몰라 감사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왕초보 시절의 아찔한 일화를 회고했습니다.
  • 당시 경북본부 감사반장님이 책상 서류를 치우고 백지에 연필로 대출부터 가압류, 채무명의, 경매 집행까지의 흐름을 상세히 가르쳐주셨던 고마운 기억을 다뤘습니다.
  • 그날의 백지 강의가 34년 동안 채권관리 현장에서 수많은 이들을 도우며 열일할 수 있게 만든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음을 정리했습니다.

댓글 유도 질문

독자님들께서는 사회 초년이나 업무를 처음 시작할 때, 아무것도 모르던 자신에게 길을 터주어 인생의 멘토가 되었던 고마운 분을 기억하고 계시나요?

yoominseong
봉화농협 정년 퇴직후 블로그 글 쓰기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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